노무현 대통령의 업적 중 하나는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 최고 권력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알려주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노무현은 대통령이 되어서도 권력에 맞서 싸워야 했다.
좌파나 진보는 아니지만 개혁 진영이 10년이나 정치 권력을 잡았는데도 별로 변하지 않는 세상을 보면서, 그러면 대체 이 나라의 권력 구조는 어떻게 된건지 헷갈렸었었는데, 미디어 오늘 이정환 기자의 블로그에서 아래 글들을 읽어본 결과 나의 결론은
정치권력 < 언론권력 <<< 자본권력. 그 중에서도 삼성
첫번째 글 : 정치권력은 비판하면서 자본권력은 비판하지 못하는 이유
언론과 기업의 유착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출입처 시스템의 영향이 크다. 경제부나 산업부 기자들은 아예 출입처 기자실로 출퇴근을 한다. 기업 기자실은 대부분 홍보실과 맞닿아 있는데 이곳에서 취재 지원과 통제가 동시에 이뤄진다. 기업 출입기자들은 기업이 제공해준 시설을 이용하면서 홍보 담당자들과 점심도 같이 먹고 저녁이면 술자리도 같이 하고 주말이면 함께 골프를 치면서 이를 취재의 연장으로 생각한다.
기자들은 스스로 부끄럽고, 갈등하고 그래서 언젠가는 바로 잡고야 말꺼야... 그런 생각을 할까? 글쎄 어디 그렇게 되겠나. 사회 생활이라는게 내 윗사람이 그러면 나도 그러고, 내 주위 사람들 다 그러면 그게 당연한 거지, 어찌 부끄럽겠나. 취재원이 기자들을 모아놓고 함께한 술자리에서 어쩌구하는 얘기가 기사에 떳떳하게 인용된 것도 한두번 본게 아니다. 게다가 기업과의 관계는 언론사이기 이전에 수익을 내서 직원들 월급을 줘야 하는 기업으로서 수익 모델이기도 하다.
"산업부는 경제지의 꽃이면서도 매출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부서이기도 하다"고 털어놓았다. 이 기자는 "연차가 좀 되면 출입처에서 나오는 광고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데 기자들끼리는 기획회의를 영업전략회의라고 부르며 자조적인 농담을 하기도 한다"...(전체 매출에서 구독료, 광고료를 제외한)사업매출은 기업들 협찬과 후원이 포함된다. 일부 언론사는 이 비율이 40%에 육박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산업부 기자는 광고를 따오는 영업맨이라는 얘기다. 그 영업맨이 고객의 이야기를 기사로 쓴다. 또, 기업의 협찬과 후원 이야기도 나오는데, 불법적인 촌지가 아니라, 합법적인 것이다. 기사의 편집 방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측해 볼 수 있다. 삼성의 LED TV와 현대의 소나타에 대한 찬사 가득찬 리뷰나, 불법 파업으로 인한 손실액이 자그마치 얼마 하는 기사가, 몇년 동안 알고 지낸 홍보실 형님이 기자실 아우한테 브리핑 한 내용일 수도 있으니 좀 달리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두번째 글 : 언론이 삼성에게 쩔쩔맬 수밖에 없는 이유
이 포스트에서는 기업이 특정 신문사에 광고를 밀어 주는 행태가 특히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조중동에 각각 81건과 82건, 88건의 광고를 집행했는데 한겨레에는 단 1건도 집행하지 않았다. 매경과 한경, 한국일보에는 66건과 62건, 59건이 집행됐다. 삼성의 한겨레 '왕따'는 계열사 전반에서 발견된다. 한겨레는 삼성 계열사를 통틀어 지난해 그룹 광고와 삼성물산 광고 각각 1건씩을 게재하는데 그쳤다.
이쯤되면 삼성은 신문에 광고를 이용해 홍보를 하는 게 아니라, 광고 개재에 당근과 채찍 전략을 적용해 신문사를 포섭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난 언론에 뭘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언론이 우리 고정 관념에 아직도 남아있는 것처럼 뭘 바로잡고, 용기있게 알리고 (물론 극소수 일부는 그럴수도 있다. 그 극소수는 참 심신이 힘들겠지) 그런 시절은 갔다. 분명히 갔다. 그 보다는 뉴스 생산, 배급 통로의 일부를 점유하고, 뉴스 콘텐츠를 이렇게 저렇게 이용해서 수익을 올리는 기업으로 생각하는게 맞다고 본다.(결정적 증거는 네이버 뉴스 캐스트!)
우리 대중의 시각이 바뀌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아닐까.
아 빼먹을 뻔했다. 신문사들이 자발적으로 광고를 거부한다는 김용철 변호사의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