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06 02:27 else

노무현 대통령의 업적 중 하나는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이 최고 권력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알려주었다는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노무현은 대통령이 되어서도 권력에 맞서 싸워야 했다.
좌파나 진보는 아니지만 개혁 진영이 10년이나 정치 권력을 잡았는데도 별로 변하지 않는 세상을 보면서, 그러면 대체 이 나라의 권력 구조는 어떻게 된건지 헷갈렸었었는데, 미디어 오늘 이정환 기자의 블로그에서 아래 글들을 읽어본 결과 나의 결론은

정치권력 < 언론권력 <<< 자본권력. 그 중에서도 삼성

첫번째 글 : 정치권력은 비판하면서 자본권력은 비판하지 못하는 이유

언론과 기업의 유착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출입처 시스템의 영향이 크다. 경제부나 산업부 기자들은 아예 출입처 기자실로 출퇴근을 한다. 기업 기자실은 대부분 홍보실과 맞닿아 있는데 이곳에서 취재 지원과 통제가 동시에 이뤄진다. 기업 출입기자들은 기업이 제공해준 시설을 이용하면서 홍보 담당자들과 점심도 같이 먹고 저녁이면 술자리도 같이 하고 주말이면 함께 골프를 치면서 이를 취재의 연장으로 생각한다.

기자들은 스스로 부끄럽고, 갈등하고 그래서 언젠가는 바로 잡고야 말꺼야... 그런 생각을 할까? 글쎄 어디 그렇게 되겠나. 사회 생활이라는게 내 윗사람이 그러면 나도 그러고, 내 주위 사람들 다 그러면 그게 당연한 거지, 어찌 부끄럽겠나. 취재원이 기자들을 모아놓고 함께한 술자리에서 어쩌구하는 얘기가 기사에 떳떳하게 인용된 것도 한두번 본게 아니다. 게다가 기업과의 관계는 언론사이기 이전에 수익을 내서 직원들 월급을 줘야 하는 기업으로서 수익 모델이기도 하다.

"산업부는 경제지의 꽃이면서도 매출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부서이기도 하다"고 털어놓았다. 이 기자는 "연차가 좀 되면 출입처에서 나오는 광고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데 기자들끼리는 기획회의를 영업전략회의라고 부르며 자조적인 농담을 하기도 한다"...(전체 매출에서 구독료, 광고료를 제외한)사업매출은 기업들 협찬과 후원이 포함된다. 일부 언론사는 이 비율이 40%에 육박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산업부 기자는 광고를 따오는 영업맨이라는 얘기다. 그 영업맨이 고객의 이야기를 기사로 쓴다. 또, 기업의 협찬과 후원 이야기도 나오는데, 불법적인 촌지가 아니라, 합법적인 것이다. 기사의 편집 방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측해 볼 수 있다. 삼성의 LED TV와 현대의 소나타에 대한 찬사 가득찬 리뷰나, 불법 파업으로 인한 손실액이 자그마치 얼마 하는 기사가, 몇년 동안 알고 지낸 홍보실 형님이 기자실 아우한테 브리핑 한 내용일 수도 있으니 좀 달리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두번째 글 : 언론이 삼성에게 쩔쩔맬 수밖에 없는 이유

이 포스트에서는 기업이 특정 신문사에 광고를 밀어 주는 행태가 특히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조중동에 각각 81건과 82건, 88건의 광고를 집행했는데 한겨레에는 단 1건도 집행하지 않았다. 매경과 한경, 한국일보에는 66건과 62건, 59건이 집행됐다. 삼성의 한겨레 '왕따'는 계열사 전반에서 발견된다. 한겨레는 삼성 계열사를 통틀어 지난해 그룹 광고와 삼성물산 광고 각각 1건씩을 게재하는데 그쳤다.

이쯤되면 삼성은 신문에 광고를 이용해 홍보를 하는 게 아니라, 광고 개재에 당근과 채찍 전략을 적용해 신문사를 포섭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난 언론에 뭘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언론이 우리 고정 관념에 아직도 남아있는 것처럼 뭘 바로잡고, 용기있게 알리고 (물론 극소수 일부는 그럴수도 있다. 그 극소수는 참 심신이 힘들겠지) 그런 시절은 갔다. 분명히 갔다. 그 보다는 뉴스 생산, 배급 통로의 일부를 점유하고, 뉴스 콘텐츠를 이렇게 저렇게 이용해서 수익을 올리는 기업으로 생각하는게 맞다고 본다.(결정적 증거는 네이버 뉴스 캐스트!)
우리 대중의 시각이 바뀌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아닐까.

아 빼먹을 뻔했다. 신문사들이 자발적으로 광고를 거부한다는 김용철 변호사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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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앗, 우리팀에 어떤 분 책상에 놓여 있던 책인데... 빌려서 읽어봐야겠군요. 흠흠.

2009/11/01 22:50 else

아래는 한 대학강사가 모카페에 올린글이다.


오랜만에 글을 보냄니다.

이곳 델리는 낯 기온이 40도 입니다. 15년 전에 내가 어떻게 이곳에서 공부했을까? 스스로 대견했구나 생각을 해 봅니다.

 

우선 반가운 소식은 이곳 국책급 연구소(CRRID)와 우리 **대학교 정치학과 사이에 양해각서(MOU)를 채결하였습니다.

인도에서의 지역연구를 위한 좋은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양해각서 체결을 근거로 이곳 연구소의 도움으로 10월 부터 12월까지 현지조사 연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사 지역은 인도의 서북쪽에 위치한 펀잡 주(state)입니다.

모두 28개 지역의 마을들을 30일간 다니면서 직접 대면 조사 방식으로

주민자치제도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입니다.

 

한국국적의 연구자가 인도의 현지 조사를 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 입니다.

개인적으로 기대가 큼니다...

 

이곳 델리에서 머무는 동안 잠시 한국의 정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갖게 됩니다.

인도의 정치 상황을 보면서 우리 체제가 갖고 있는 장점과 극복해야 할 점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성찰과 모색" 이 번 여행을 통해서 얻게 된 화두였습니다.

앞만 보고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것 보나는 큰 일이든 작은 일이든

기초부터 튼튼히 쌓으면서 진지하고 성실하게 좀 느리더라도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포스코가 인도에서 13조를 쏫아 부으면서 돈으로 인도를 자신의 통제권으로 둘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하는 상황을 보면서

돈으로 머든 하면 된다는 그 생각은 매우 잘못된 것이지요.

 

겸손하게 주변을 살피면서, 성찰과 모색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럼 우리 건강한 모습으로 수업시간에 만나요.

 

여러분들이 얼굴이 궁금해 지고 보고 싶어 짐니다.

그럼 잘 지내요.

인도 뉴델리,,


'글을 보냄니다', '낯 기온 40도', '보고 싶어 짐니다' 등등 맞춤법이 쩌는데, copy-paste 한 것이다.


자~ 그럼 이 글에 대한 조선일보의 보도를 한번 볼까?

링크 제목(anchor text) : 간첩 대학강사 과거글 인터넷 일파만파 

링크 클릭하면 나오는 기사 제목 : 17년간 간첩활동 벌인 대학강사.. "돈보다 겸손하게 주변 살펴야"

기사 원문


"간첩... 주변 살펴야." 정말 액기스만 잘 뽑았네.

17년간 공작금 6천만원 받은 대학강사 간첩이라. 비밀 아지트 전세값도 안되겠다. 간첩도 헝그리 정신이 필요한건가.



심심한데 짤방이나 하나 올려본다. 출처는 간첩 미니홈피 보다 위험한 국방부 홈페이지 :

http://www.mnd.go.kr/mndIntro_2009/map/index.jsp?topMenuNo=6&leftNum=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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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엔트로피의크기 2009/11/05 11:42  Addr Edit/Del Reply

    ㅍㅎㅎㅎㅎ

2009/10/26 11:17 else
내가 공식적으로 응원하는 팀은 두산이지만, 이번 한국시리즈 승부에서는 기아를 응원했었다. 12년동안 약팀으로 살아온 서러움이 보상받기를 바라는 마음 같은 것.
 
한국시리즈 7차전 9회말 끝내기 홈런이라니. 내가 이 장면을 TV로나마 본 사실이 정말 행운으로 느껴진다.
100번도 넘게 치뤄진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도 7차전 끝내기 홈런은 딱 한번!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SK 구원투수들은 많이 지쳐있었지만, 그래도 무너지지 않고 리드를 지켜 나갔지만, 결국 추격과 역전까지 허용하고 말았다. 기아는 뒤지고 있었고, 될듯 될듯하면서도 결정을 짓지 못하고, 경기에 뒤진채 초조하게 종반을 맞이했지만, 끈질기게 따라붙어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드라마 같은 명승부를 만들어냈다.

기아 선수들 좋아서 울고 불고, SK 선수들도 축늘어진 어깨로 퇴장하며 울고, 나도 눈물이 찔끔 나와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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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8 09:48 else
내 블로그 rss feed에서 몇 달전부터 올린 글이 포함 안되고 있다는 사실을 그저께서야  발견 하고서는
이건 무슨 버그야! 를 외치며 티스토리 고객 센터에 메일을 보냈는데. 오늘 답변이 왔다.

...환경 설정에서 발행 글만 rss로 공개하신다고 설정되어있습니다...

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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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07 21:19 else
사회인 야구 리그에 참가중인데, 1주일간 10할에 수위 타자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다시 볼 수 없는 장면이라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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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엔트로피의크기 2009/09/17 10:25  Addr Edit/Del Reply

    울 회사 야구동호회 회장이 형 소개시켜달라던데요? 한 겜 해보자고. ㅋㅋㅋ

2009/09/03 22:56 else

지율스님이 조선일보가 왜곡 보도를 했다며 낸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얻어냈다.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는데 지율스님이 청구한 위자료가 10원이라고 한다.

... 재판부는 “당시 터널공사는 계획을 상회하는 공정률을 보였지만 <조선일보>는 공정률이 5%에 불과하다고 보도했으며, 공사 지연에 따른 직접 손해가 145억원 수준인데도 ‘2조5000억원의 피해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며 “이는 관계기관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정보였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지율 스님이 ‘생태와 환경을 무시한 경제 중심의 관념에 경종을 울린다’는 취지로 청구한 위자료 10원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 기사 원문


이 기사를 보니 조선일보의 왜곡 현장을 더 생생하게 보고 싶어졌다. 조선일보에 들어가 검색을 해보니 다음 기사들이 나왔다.

[시론] ‘빚만 남긴 정부’ 4년 (2007. 3. 11)
... ‘도룡뇽 소송’으로도 유명한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 터널공사’ 중단도 기억할 만한 사건이다.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는 청와대의 세 차례 공사 중단 지시로 발생한 손실이 무려 2조5000억원이다. ... 기사 원문

[사설] 세금 함부로 써서 세금 내기 싫다는 국민 (2007.3.4)
... 대통령 한마디에 천성산 터널 같은 國策국책사업이 1~2년씩 늦어지면서 수천억원을 허공에 날린 게 이 정부다.  ... 기사 원문


[시론] 핵 재앙에는 침묵하는 환경단체들 (2006.10.25)

...  특히 진행 중인 국책사업을 표류시켜 수조원의 국가 손실을 야기하였다. 천성산 터널공사 지연으로 2조5000억, 새만금 사업 7500억, 사패산 터널 5500억 등 각종 개발사업 논란으로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만 4조1793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기사 원문


제목들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왜곡된 숫자는 단순히 지율스님의 명예만 훼손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독자들에게 설파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기사 원문을 보면 2조 5000억 말고도 수많은 숫자들이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데,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숫자들일지.

한마디만 더. 기사들은 2, 3년 전에 쓰여진 기사들이다. 그 때, 참여정부와 환경단체들을 공격하고 상처 입혔던 글들이고 이제 와서 상처를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만, 교훈 하나는 남겨야 할 터, 지금 생산되고 있는 기사들도 다를 거 하나 없다는 거.
결론은 언론을 불신하자! 그것도 아주 적극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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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꿩크 2011/02/08 19:26  Addr Edit/Del Reply

    잘 읽었습니다. 긁어가겠습니다.

2009/03/11 11:00 else


어디서 2등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중앙일보의 네이밍 센스 짱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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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2 23:06 else
어쩌면 58명의 사형수가 한꺼번에 교수형에 처해지는 뉴스를 보게될 수도 있겠군요.

무섭습니다.

뉴스쯤이야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겠지만 저 뉴스를 보면서

'속 시원하다! 거참 잘 죽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정말 무섭습니다.

내 아이들도 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아니 어쩌면 그 사람들처럼 되어져 갈 것이라는 것도 정말 정말 무섭습니다.


p.s. 무기징역은 안 무섭고 사형은 무서워서 연쇄 살인이 줄어든다는 거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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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사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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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레몬라임 2009/02/26 01:10  Addr Edit/Del Reply

    연쇄 살인범은 죄를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무기징역 중에 제도적 댓가를 치르도록 하면 좋겠어요. 아무튼, '보통의 사람이 속시원하다 그참 잘 죽였다'라고 여기진 않을 거에요.... 그리 생각하는 사람보다 드러나지 않은 연쇄살인범이 무섭죠.... 그런데요, 한나라당의 촉구는 수작인 듯하여... 흠흠...

2009/02/04 23:43 else
그저께 제가 실제로 겪은, 아니 저지른 실화입니다.

이날 탄 지하철이 사람이 저어엉말로 많았습니다. 지하철 승차 개인 역사상 손에 꼽힐 만큼 사람이 많았습니다. 이건 뭐 자포 자기가 되어 상체와 하체가 따로 놀아버리는 그런 상황 있잖습니까.
내리실 문이 오른쪽과 왼쪽이 번갈아 반복되면서 열차안이 심하게 요동치고, 출입문 주변을 간신히 피해 이리 저리 부유하다가  안쪽 좌석 앞에 자리를 잡고 서있게 되었습니다.

이 때 자세가 이랬습니다. 뒤쪽에서 압박이 너무 심해 제 다리는 앞자리에 앉은 젊은 남자의 무릎과 무릎 사이에 심하게 밀착이 되었고, 상체 역시 뒤에서 밀려서... 왜 상체가 밀리면 위에 달린 손잡이를 잡지 못하고 상체가 앞으로 구부러지면서 선반의 가로 막대를 잡게 되잖습니까. 그렇게 앞자리에 앉은 남자와 밀착이 심하고 거리가 가까웠지만 열차안의 모든 이들이 주먹밥처럼 똘똘 뭉쳐 있는 상황이니 뭐 이상할 것도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것이니까요.

저는 2호선을 타고 신촌역에서부터 삼성역까지 출근을 합니다. 갈길이 멀죠. 비록 내 처지는 주먹밥 밥알 신세지만, 선반에 얹혀있는 무가지 메트로를 펼치고, 가방에서 이어폰을 꺼내 음악 감상까지 시작했습니다. 그러고서는 메트로의 퍼즐과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그날 따라 몹시 빠른 템포의) 음악 속으로 집중 집중하며 빠져들어 갔습니다.
중간에 앞에 앉아 있던 남자와 눈이 한번 마주친 것도 같습니다. 이런 생각이 스쳤습니다. '짜증이 얼굴에 박혀있는 인상이군. 인생이 피곤해 보여'

그렇게 뭐 평범한 출근 있었습니다.... 강변역까지는.
그 때. 앞의 남자가 저를 올려다 보고는 뭐라고 입술이 움직입니다. 이어폰을 끼고 있어 뭐라 그러는지 잘 못들었습니다. 이어폰을 빼고 물었습니다.
나 : 에?
그 남자 : 뒤로 좀 물러나 주시라구요...
나 : 에.. 에?
그 남자 : 지금 너무 붙어 계시잖아요.
앗. 흠칫... 태연한척 하며 뒤를 슬며시 돌아봤는데. 아아아 이럴수가 내가 뭘 하고 있었던 거야.
다시 한번 말을 하자면 저는 신촌역에서 삼성역까지 출근을 합니다. 신촌역에서 저는 사상 초유의 지하철을 탔구요. 그런데, 이 출근 코스는 을지로3가, 동대문운동장 등등의 갈아타는 역을 거치면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갑니다. 그러니까,
한가하고 사람 좀 드문드문 서있는 지하철에서, 저는 그 남자의 무릎팍 사이에 제 다리를 밀착하고 그러고 계속 가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 남자는 참다 참다 못해 저에게 말을 꺼낸 것이구요. 문 열리면 정말 뛰쳐 내리고 싶었습니다. 아까 신나게 들었던 댄스 뮤직에 도취되어 몸을 살짝 살짝 흔들었던 기억까지 스칩니다. ToT

잠실역인가에서 그 남자 내리더군요. 설마 일부러 먼저 내린것은 아니겠지요. 그 남자가 일어난 자리에 제가 앉게 되었습니다. 앉고 보니 그 남자 입장이 실감나게 상상이 되더군요. 그리고, 주변 시점에서 바라본 우리의 부비 부비도 떠오르더군요.

여기까지. 아는 사람이 봤을까 무서웠던 지하철에서 사고 친 얘기였습니다. 여자였으면 어쩔뻔했을까...

posted by 심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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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레몬라임 2009/02/26 01:01  Addr Edit/Del Reply

    흠흠, 저는 예전에요. 지하철에서 어떤 남자가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 있는 상황에서, 복잡한 지하철이라 넘어지지 않으려고 그 양반 발 사이 공간에 할~ 수 없이 제 발을 두었더랬습니다. 참, 머리를 한 대 치고 싶었지만, 너무 곤히 잠들어 계셔서... 제가 참았어요. ㅎㅎㅎ

2009/01/03 11:40 else
우리 집에는 테레비가 없습니다. 이 얘기를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아이들 때문에' 테레비를 치웠을 거라 생각하고 그 쪽 방향으로 대화가 이어지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유해한 테레비 프로나 뭐 이런 얘기들 말입니다. 제가 테레비를 치우자(아니 치워버리자)고 얘기했을 때, 와이프도 아이들 이유 때문에 찬성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 진짜 본심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 그 중에서도 제 자신이 더 큰 이유였습니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남들 못지 않은 테레비 중독자였습니다. 특히,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나 가족들이 모두 잠든 시간에는 습관적으로 테레비를 틀어 놓고 시간을 죽이거나 그대로 잠들어 버리는 그런 꽈였습니다. 그런데, 테레비를 사랑하거나 예찬하는 류는 또 아닙니다. 짝짓기 오락 프로 이런 거는 보면서 신나게 웃다가 이거 뭐 내가 제내들 노는 걸 보고 앉아 있네 뭐 그러면서 딴데 돌려버립니다. 뉴스를 보다가 아이씨 이거 뭐 좋은 소식은 하나도 없고 기분만 드러워지는 이걸 꼭 봐야해 이런 생각이 들다가, 그래도 이거 끝나야 스포츠 뉴스 나오니까... 뭐 이런 식입니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티비 프로중에서 가장 유해한 프로가 뉴스입니다. 현실에 라이브 중인 전쟁과 살인 등등을 아주 구체적으로 반복해서 전달해 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같은 내용을 다루지만 현실이 아닌 영화보다 차원이 다르게 유해한 물질입니다. 마이클 무어 감독이 만든 다큐 영화 '볼링 포 컬럼바인'에서는 미국에서 심심찮게 일어나는 총기 난사 사건의 원인에 대해서 폭력성이 있는 영화나 게임, 메릴린 맨슨 같은 Rock 음악 보다 미국이 전세계에서 '항상' 저지르고 있는 실제 살인-전쟁-과 그 전쟁 소식을 끊임없이 보도하는 뉴스들을 원인으로 암시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얘기가 좀 샜는데요. 이 포스트는 주저리입니다. 제목을 보세요.

아무튼 이런식으로 욕을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리모콘을 돌리고 앉아 있는 그런 평범한 테레비와의 관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스포츠나 영화가 그래도 깔끔한데, 항상 보고 싶은 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또 식구들과 채널 다툼을 하는데 제 욕심을 관철시키는 그런 류의 아빠는 제가 또 아닙니다. 아무튼, 테레비 없이 살아본 적은 제 인생에서 없었습니다. 군대에도 테레비는 있습니다. 심지어 오대수가 15년동안 같혀 있던 사설 감옥에도 테레비는 있었잖습니까.
그리고, 어느 순간 이게 좀 지긋 지긋해졌습니다. 그리고, 와이프에게 얘기를 했습니다.

나 : (나는 욕을 하면서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으면서도 테레비를 보고 앉아 있는 이 이상한 시츄에이션이 싫어. 정말 볼만할 가치가 있는 일주일에 한번쯤 있는 두시간 짜리 프로 때문에 매일 두세시간씩 습관적으로 보고 앉아있는 네 자신이 싫어...... 라는 말은 생략한 채로) 우리 테레비 치워버리자!!!
마누라 : 그래. 아이들은 테레비가 없으면 책을 볼거야!!!
이렇게 성사가 되었고, 결행했습니다.

테레비를 끊는다는 것이 담배와 비슷합니다. 손으로 드르륵 드르륵 돌리던 채널.(채널을 바꾸기 위해 돌리던 손잡이를 우리는 그냥 채널이라고 불렀습니다.) 그 채널이 빠져서 뺀찌로 채널을 돌리던 14인치 흑백 테레비로 부터 시작해서.... 아 갑자기 우리 옆집에 가서 처음으로 칼라 테레비를 봤을 때의 그 부러움과 감동이 기억납니다. 길을 가면서 칼라 테레비가 있는 집과 없는 집을 헤아려 보던 기억도 나구요. 어떻게 아냐구요? 지붕 위에 안테나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흑백용과 칼라용이 달랐거든요. 또 샜다. 주저리니까요.

아무튼 테레비 끊기는 담배 끊기와 비슷합니다. 삼십년 넘게 몸에 밴 습관을 인생에서 도려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행이 두렵습니다. 이런 식으로 살아 본적이 없는 인생의 새로운 국면이랄까. 근데 아예 테레비를 버려 버리면 다시 사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드니까 담배보다는 성공률이 높겠죠. 우리 집의 경우는 뭐 버리지는 않았고, 창고 깊숙히 집어 넣었습니다. (그나마 얼마전 닌텐도 wii를 사서 다시 나왔습니다. 케이블만 창고 깊숙히 쳐박혀 있어서 시청불가 상태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집에는 테레비가 없다'는 첫문장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군요. 새겨 들으시면 됩니다.)
아무튼 그렇게 테레비를 치워 버리니까요... 테레비의 빈자리 이거 정말 큽니다. 테레비가 집안에서 차지하는 물리적, 심리적 위치를 보면 테레비가 얼마나 신성한 대접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한 집안 거실의 가장 널직하고 전망 좋은 벽면을 등지고, 고급스러운 재단위에 신주 단지 처럼 올려져 있는 테레비. 먼 훗날 고고학자들이  집집마다 같은 위치에 놓여있는 테레비를 발견하고 종교적 의미를 부여할지도 모르겠다는 상상도 스칩니다.

테레비의 빈자리 벽면에는 전원 콘센트 단자에, 케이블 연결 단자, 지금 보니 랜선 단자도 있네요. 테레비를 치우면 이런 단자들이 흉터처럼 드러납니다.  그리고, 참 난감할때가 손님들이 왔을 때입니다. 손님들을 초대하고 식사가 준비되기 전 테레비가 없으면 정말 뻘쭘해질 때가 많이 있습니다. 테레비가 발명되고서부터 집안에서 사람들은 마주 보지 않는 것이 관례가 되었습니다. 나란히 테레비를 향해 앉아서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대화를 나누는 것이 테레비 출현 이후의 관례입니다. 재밌는 것이 손님들을 초대해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테레비가 없는데도 테레비가 있어야 할 벽면을 향해서 앉아있습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어야 할 테레비는 없고, 흉터처럼 드러난 단자들만 있는 것이죠. 그래서 뻘쭘한 분위기가 연출될 때가 많이 있습니다.

근데, 새삼 이런 테레비에 대한 얘기를 꺼내게 된것은.... 음, 다시 테레비를 놓을까. 뭐 정확히 말하면 케이블만 연결하면 됩니다. 그런 생각이 요새 좀 쎄게 듭니다. 마누라님 방송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그지 같은 화질로 드라마 보는 것도 안스럽고, 아들 녀석이 야구를 좋아하는데 좀 있으면 하게될 WBC 중계도 인터넷 아프리카 TV로 보게 될 거 같아 좀 미안하고 그렇습니다. 문제는 테레비를 켜면 불쾌하고, 한심하고, 좋지도 않은 별책 부록들이 같이 딸려 나온다는게 그게 문제라서 말입니다. 그게 좀 그렇습니다. 주저리 주저리 이상 마치겠습니다.
posted by 심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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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대수가 15년동안 같혀 있던 사설 감옥에도 테레비가 있었던 이유가
    바로, 형이 텔레비젼도 아닌 티비도 아닌 테레비를 치우려 했던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건 참고로 말씀드리는 건데요. 우리집은 방마다 케이블 단자 연결해서 좀 큰 모니터로 티비 프로그램 볼 수 있어요. 인터넷 연결 안하고도요... ㅋㄷㅋ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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