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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10 대화할 때는 토씨가 중요합니다. (1)
else2008/11/10 01:44
사건 배경 1 : 제가 다니는 회사가(정확히 말하면 부서가) 얼마전에 분당에서 삼성동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사건 배경 2 : 제 아주 친한 후배 녀석이 삼성전자 수원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얼마전에 뉴스를 뒤적이다가 삼성 본관이 강남역 근처로 이사를 한다는 기사를 보게되었습니다. 삼성전자 일부 인원 어쩌구 하는 내용이 있길래 혹시 수원에서 근무하는 후배 녀석이 이사를 강남역으로 온다면 놀기 좋겠군 이라고 생각하며 후배한테 문자를 날렸습니다.
1. 나 : 넌 강남으로 이사 안가냐?
2. 후배 : 형은요?
3. 나 : 난 삼성동으로 왔거든
4. 후배 : 부럽다~~ 강남 가려면 퇴사 해야죠
이 대화 끝 마치면서 좀 이상했습니다. 난 후배한테 궁금한 걸 물어봤는데 결론이 형 부럽다라니 이 결론 대체 뭥미?입니다. 시간 쫌 지나고 오고간 문자를 보고서 문제의 '출발'은 대화 1번 문장의 첫글자 '넌' 중에서도 받침'ㄴ' 때문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저기 쓰인 받침 'ㄴ'은 조사 '는'의 줄임말입니다. 흔히들 '은는이가' 주격 조사 라고 쉽게들 얘기를 합니다. 아마 국어시간이 아니라 영어시간에 그렇게 배웠을 겁니다. i, my, me, you, your, you ... 이거 배울때.
그런데, '은'과 '는'은 주격조사보다는 대조와 구별을 나타내는 '보조사'로 더 많이 쓰이고, 주격조사로 쓰여도 강조의 뉘앙스를 가집니다.

① ‘대조·구별’을 나타내는 보조사.
② 지정하여 들어 보이는 데 쓰이는 주격조사.
③ 강조하는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
- 야후 국어사전 -
그러니까,
     너'는' 강남으로 이사 안가냐?
라는 질문에는 그럼 누군가는 강남으로 이사를 간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염두에 둔 누군가는 삼성전자 직원들이었던 겁니다. 근데 굳이 삼성 이사라는 이벤트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이 후배와는 워낙 오랜 시간을 보내서 굳이 설명을 안해도 말이 잘 통할 것이라는 어떤 믿음, 그리고 삼성 본관 이사라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지식기반(knowledge base)을 공유하고 있을 것이라는 어떤 확신 때문
이라기 보다는 제가 문자 찍는걸 잘 못해서 싫어합니다.
그런데, 아마 후배는 삼성 본관 이사는 전혀 상관도 없고 관심도 없어서 머리속에 없는 일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보조사 '는'은 '대조와 구별'을 나타내니까 도대체 누가 또 강남으로??? 하다가 지목한게 바라 저. 그래서 나온 말이
     형은요?
보조사 '는'에 보조사 '은'으로 받아쳤습니다. 이 순간 사실 좀 약간 의아하고 당황했습니다. 전 삼성동으로 이사간다는 말 한적이 없었거든요. 후배가 제대로 찍은겁니다.
그래서, 어? 너 내가 이사 온걸 어떻게 알았니, 나는 삼성 본관 이사에 삼성전자 직원들도 온다길래 너도 오면 강남에서 놀아보자 이런얘기 할라고 그랬던거야... 라고 치기에는 액정도 작고 제가 문자를 워낙 못찍어서 그냥,
     난 삼성동으로 왔거든
이랬던 겁니다. 이번에 사용된 보조사의 비교 대상은 후배가 지목한 '나'가 맞습니다. 제가 말려버린거죠. 그러고, 그 답을 받은 후배는 자기가 짐작한대로 이 형은 자랑질할라고 그런 뜬금없는 질문을 한게 맞다는 확인을 하고는 기분이 좀 드러워진 모양입니다. 그래서
     부럽다~~ 강남 가려면 퇴사 해야죠
라고 씨니컬하게 대꾸합니다. 이런 이런~
그러니까, 애초에 첫문장에 사용한 보조사 'ㄴ'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너 강남으로 이사 안가냐?
라고 했더라면, 자기가 누구랑 비교되는지 멋대로 탐색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받침하나 빠졌는데 느낌이 확 다릅니다. 그래서 결론은 대화에서는 때로는 토씨하나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Posted by 심보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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